CASUALLY CONNECTED
The Who가 무대에서 악기들을 부순 시점부터 록음악은 그 자체로 체제에 대한 저항이며, 규범을
부수고 경계를 넘나드는 가장 과격한 자기 주장의 상징이 되었다. 그 과격한 주장은 끊임없이 더
자극적이고 충격적인 방향으로 진화해 나갔다. Pink Floyd가 Dream Theater를 낳고, R.E.M이
Radiohead를 낳고, Black Sabbath가 Soundgarden을 낳고, Motorhead가 Metallica를 낳고, Slayer가
Cannibal Corpse를 낳듯, 각자 자기들만의 방식으로 더 빠르게, 더 무겁게, 더 어둡게 진화를 일궈냈다.
21세기에 들어서며 Franz Ferdinand, The Hives, The Strokes 등의 포스트 펑크 밴드들의 등장과 함께
불어닥친 리바이벌 열풍은 록음악의 장르적 진화가 사실상 마무리 되었음을 시인한 것이리라. 록은
죽었다(Rock is dead)는 마릴린 맨슨의 선언은 98년 당시엔 어느 도발적인 록커의 도발적인 선언
정도로 읽혔지만 돌이켜보면 참으로 시의적절한 분석이었다고 보여진다.
메탈 음악을 살펴본다면, 90년대 중후반 이후부터 이상하리만치 닫힌 구조 속에 스스로를 가두는
경향이 뚜렷해진다. Korn, Limp Bizkit, Linkin Park 등의 이른바 ‘뉴메탈’이라 불리는 듣기 편한(??) 메탈
음악들의 지나친 상업화에 대한 거부감 때문이었는지, 리스너들은 힙합과의 접목, 대중적인 멜로디
등의 새로운 시도에 대한 불신과 불호를 여과 없이 표출했고, 밴드들은 메탈의 장르적 규범을 철저히
고수해야만 한다는 강박에 사로잡히기 시작했다. 규범에 대한 강박으로 인해 Colin Richardson과 Andy
Sneap 등의 프로듀서들이 Machine head, Fear Factory, Carcass의 앨범을 통해 선보인 기타톤과 드럼
킥사운드가 사실상 메탈 음악의 표준이 되었다. Metallica가 St.Anger에서 시도한 깡통 드럼 사운드는
수많은 리스너들에게 조롱과 비방의 대상이 되는 것을 보며 수많은 메탈 밴드들은 새로운 시도에 대해
단념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메탈이 주류로부터 멀어지면서 이러한 경향이 더욱 짙어졌고, 메탈
밴드들과 리스너들은 경계를 허무는 새로운 실험이나 혁신보다는 음악적 정통성의 고수를 우선시하는
배타적인 커뮤니티가 되어갔다.
2010년대 후반에 들어서면서 단단했던 정통성에 균열이 보이기 시작했다. 지하 아이돌의 메탈화(??)를
주도한 Babymetal을 시작으로 슈게이징 사운드를 본격적으로 도입한 Defheaven과 Loathe, 알앤비와
팝적인 요소들을 적극 활용한 Sleep Token의 등장은 메탈이 더 이상 정통성의 재현이 아닌,
‘헤비함’이라는 하나의 가치만을 고집하지 않는 방향으로 진화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하지만 여전히
‘헤비함’이라는 정통성을 고수하면서도 메탈의 혁신을 이끈 밴드들도 존재한다. 7현, 8현 기타를
도입하여 극단적인 저음을 활용한 기타리프와 타이트하면서도 기상천외한 방식의 리듬을 들려주며
등장한 Meshuggah와 이들의 세례를 받은 밴드들은 Djent라는 이름의 또 다른 분파를 이루며 메탈
장르의 새로운 무게감을 더하고 있다.
인천에서 결성된 CASUALLY CONNECTED는 Djent적 요소들이 다분한 포스트 하드코어를 들려준다.
math-rock밴드 cotoba 출신의 박규선(드럼)과 유태민(베이스)의 정교한 리듬파트와 박현규(기타)의
육중한 기타가 만드는 브레이크다운은 매우 밀도 있는 타격감을 선사한다. 여느 Djent 밴드들과는
다르게 필요 이상으로 현란하거나 복잡하지 않고, 무리하게 탬포를 올려 공연히 리스너의 혼을 빼놓는
일이 없다. Vassline, Abyss가 최근 앨범들에서 Djent의 기존 문법에 충실한 브레이크다운을 재현하기
위해 애썼다면 CASUALLY CONNECTED는 보다 모던하고 대중적인 요소들을 이식하기 위해 고민한
흔적이 엿보인다.
CASUALLY CONNECTED의 EP [Away from]은 나의 시선이 아닌 타자의 시선에서 더 객관적으로 더
명징하게 세계를 인식하고자 하는 의지를 담고 있다. 옳고 그름이 흐려져(Right and wrong blurs - 30)
더는 무엇을 믿어야 할지 확신할 수 없는(Find myself unsure what to believe anymore - 30) 백일몽
같은 망상의 나날들이 이어진다(Daydream transcend delusion everytime - Morpheus). 망상에서
깨어나지 못함에 실망하다가도 (Disappointed that you couldn't wake up in a while - Morpheus), 더
이상 꿈속의 눈부심으로 인해 눈을 감아 현실을 외면하지 않겠다는 의지(no more dreaming glare -
Tunnel vision)를 다진다.
비교적 Djent의 문법에 충실한 “Morpheus”와 “30”, 그 시절 뉴메탈 밴드들을 떠올리게 하는 인트로와
기타 리프가 인상적인 “Primacy effect”, 극단적인 저음의 기타 리프로 들려주는 감성적인 무드와
멜로디의 “Tunnel vision”에서 알 수 있듯, 김종호(보컬)의 감정선을 방해하는 일 없이, 비울 때는 확실히
비워주고, 멜로디를 밀어줄 땐 확실히 밀어준다. 이런 노련한 완급조절은 분명 다른 밴드들과 구분되는
차별점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로울링과 클린 톤을 오가는 김종호의 보컬은 다소 전형적일 수
있지만, 악기들의 훌륭한 완급조절에 걸맞은 드라마틱한 서사를 보여주는 데 전혀 부족함이 없다.
CASUALLY CONNECTED의 앞으로의 행보가 Djent의 정통성을 재현하는 방향으로 이어질지,
생각지도 못한 어떤 혁신을 열어나갈지 알 수 없다. 하지만 전자든 후자든 계속해서 완성도 높은
음악을 들려주리라 확신한다.
로큰롤라디오 김내현
[Credit]
CASUALLY CONNECTED
Vocal. 김종호
Guitar. 박현규
Bass. euPhemia
Drums. Marker
All Tracks Composed & Lyrics by 박현규 & 김종호
Arranged by CASUALLY CONNECTED
Fx & Programming by 박현규
Guitar featured by JungMato (Track 3)
Recorded & Mixed by 인천음악창작소
Production & Support by 인천음악창작소
Mastered by 권남우 @821사운드
Album Artwork by e_chock